본 작품은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과 정신적 탐구에서 비롯된 창작된 허구입니다.

작품 속 인물과 지명, 이름, 사건 배경 등은 실제와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조던 피터슨과 태미 피터슨에게 바칩니다.


목차


1부

프롤로그

<안나의 일기>

8월 18일 난 연기 하는 게 좋아서 학교도 안 다니고 연기를 배우러 다녔다. 배울 땐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 막상 데뷔한 후, 연기자가 되고 나니 사람들이 내 생각을 묻는다. 난 카메라 앞에서 대사를 말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법은 배웠지만, 대중 앞에서 내 생각을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은 없다. 근데 사람들은 내가 둘 다를 잘하는 줄 안다. 말을 실수하면 말뿐만 아니라 존재 전체까지도 비난받는다. 괴롭고 무섭다. 수치스럽다.

1월 12일 사람들은 항상 내게 예쁘다며 다가온다. 얼굴도 예쁘고 분위기도 예쁘고 목소리도 예쁘다고 부럽다고 한다. 그러고 어느 순간 갑자기 나를 무시한다. 예쁘다고 칭찬하면서 친절하게 굴진 않는다. 이럴 때면 머릿속에 무한대의 질문이 떠오른다. 왜지? 내가 뭔가를 잘못했나? 실수했나? 아니면 언질을 줬는데 내가 눈치 없이 못 알아들었나? 못 알아듣는 척했나? 그래서 내게 질려서 기회가 다 차단당하고 박탈당했나? 나는 원래 기회가 잘 안 주어지는 사람인가? 기회를 되찾는 능력이 부족한가? 내가 사람들을 힘들게 했나? 옆에서 막 귀찮게 굴었나? 이기적으로 굴었나? 혹시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나의 속내를 들켰나? 그 속내에 나도 모르게 악의가 섞였나? 혹시 이런 것들도 다 아니라면, 설마 나랑 같이 다니는 게 부끄러운가? 왜? 내가 너무 말라서? 내가 키가 작아서 나를 우습게 생각하는 건가? 여자로는 안 느껴지나? 그래서 나를 한 수 아래로 생각하는 건가? 사람들은 처음부터 나를 무시하거나 친해진 다음 서서히 무시한다. 혹시 나를 질투하는 건가도 싶었다. 정말 이게 다 질투 때문이라고? 그럴 리가 없는데. 나보다 예쁜 사람들은 너무 많은데, 그 사람들은 다 사랑받는데. 그래, 내가 예뻐서 이런 일을 당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생긴 건 아마도 구실이었겠지. 정말로 내게 문제가 있는 걸지도. 근데 그 문제가 도대체 정확히 뭔지, 나만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어서 이런 일을 당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그들의 비웃음의 대상이 된 건지 정확히 모르겠다.

11월 11일 어떤 사람들은 여자가 목소리를 내는 건 너무 위험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 야무지고, 똑 소리 나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좀처럼 잘되지 않는다. 내가 먼저 사람들 앞이 편해야 그들도 나를 편하게 생각할 텐데. 이건 다 내 잘못이다. 내 동료들과 달리 당당하지 못하고 겁 많은 내가 싫다. 상품. 어디선가 상품이라는 말을 들었다. 작품도, 연기도, 대사도, 노래도, 애정도, 심지어 영향력까지 전부 다 상품이라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그렇다면 나는 미개발된 상품 같다.

5월 1일 오늘 너무 이상하고 생생한 꿈을 꿨다. 그래서 일어나자마자 꿈의 기억이 날아가기 전에 얼른 꿈 내용을 받아 적었다. 꿈속에서 나는 미국의 어느 한 해변에서 놀고 있었다. 당시 나는 바위에 깔렸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나는 길 가는 아주머니에게 장노아 교수님을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더니 그가 내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나를 모르는 눈치였다. 그는 다가와 몸을 숙이고 내 눈을 피하지 않으며 천천히 똑바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장노아라고 합니다. 당신, 왜 나를 찾나요?” “아. 제가 바위 밑에 깔려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친구들에게 가야 해요.” “친구들은 어디에 있는데요?” “플로리다요. 저, 그리고 한 가지 요청이 더 있어요.” “네, 뭔데요?” “전 미국에서 살고 싶어요. 제가 사는 데는 너무 무서워요. 도와주세요.” 하지만 나의 마지막 요청을 듣고는, 그는 갑자기 엄숙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돌렸다. “일단 당신 친구들을 불러올게요.” 하지만 교수님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